2024-04-26 13:02 (금)

보성 득량역, 세월의 스산함이 박제된 풍경

  • 기자명 김윤겸 (gemi@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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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가득한 경전선에 비친 남도 소도시

목포에서 부산을 연결하는 경전선 기차길은 남부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주요한 교통수단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노선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농촌 지역 쇠퇴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는 남해안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양한 산업이 들어선 순천, 광양, 창원 등 동남권 도시들로 인해 순천~부산 구간은 노선 개량이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인구가 소멸하는 전남권 지역은 구불구불하고 느린 노선이 아직 그대로다. 

가끔 지방을 지나다보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면 단위 소도시들이 눈에 띄곤 한다. 지역 규모와 인구수에 비해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지만 대부분 80~90년대의 낡은 모습 그대로 멈춰선 듯한 모양새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도 그런 지역 중 하나다. 보성읍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임에도 경전선 득량역 주변으로 예전에는 꽤나 번성했었을 듯한,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모습을 박제해버린 듯 그대로 낡아가는 듯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도권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려 그대로 경전선 기차로 갈아탄 후, 구불구불한 철길을 아주 느릿하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도착한 득량역은 사람 하나 없는 무인역이다. 하지만 목조건물의 기차역과 인근 마을을 추억의 거리로 조성, 여행객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관광지로 개발했다.

아무리 평일에 왔다지만 역과 주변은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가끔 자동차만 지나가는 덩그런 풍경에 각종 벽화와 옛날 모습 그대로 남겨둔 거리 풍경은 뭔가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아련한 마음을 일으킨다.

단층 건물이 나열된 도시 풍경은 적어도 30~40년 전에는 사람들로 들썩했을 법한 느낌이다. 인근 득량만의 풍부한 해산자원과 전남지역의 농산물은 경전선을 통해 활발하게 거래됐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줄어든 지금도 지역은 왠지 모르게 여유로운 분위기도 전한다.

현재 경전선은 노선개량화가 한창이다. 목포, 해남, 강진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직선 노선 건설을 통해 2030년 즈음에는 현재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목포~부산 부전 구간이 2시간 반 가량으로 개선된다.

어쩌면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그때를 기다리며 그렇게 시간이 멈춘 채 세월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경전선이 개통되면 이 시간이 멈춘 거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드나드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추억의 거리는 그렇게 시간을 느리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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