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02 (금)

[양혁진의 로드무비] 어디에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없는 ‘그녀’

  • 기자명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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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라이프=양혁진]  AI가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 수 한 수 마다 셀 수 없는 변수가 있어 컴퓨터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믿었던 바둑이 AI에 점령되면서 이미 새로운 시대는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알다시피 과학 기술은 2000년대 들어 10년 주기로 충격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00년대에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면 2010년에는 스마트폰의 세상이 되었고, 이제 AI가 모든 걸 바꿔놓을 수도 있다.

AI가 앞서 두 번의 대 변혁 만큼 파괴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영화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난데없이 떨어진 핵폭탄이었다면, AI는 어떤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편을 충분히 보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그녀’라는 영화가 던져주는 AI의 시대는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세상이다.

그 이유는 과학 기술이 편리함을 주는 것을 넘어서 인간 감정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대필 작가’ 라는 설정이 이채롭다.

누군가에게 대신 편지를 써준다는 것인데 이건 AI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나이와 연령, 성별과 상황 등을 입력하면 수천, 수만개의 샘플이 나올 것 같지만, 창작의 영역은 어느 시대가 되어도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숱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언어를 대신 전달해주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의 삶은 외롭고 공허하다.

그런 그에게 안성맞춤의 AI 연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참을성 있고 스마트하며 상냥하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성별만 바꿔놓으면 ‘그녀’가 아니라 ‘그’도 마찬가지다.

삶의 텐션은 상승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어떤 공간도 영화 속 무대처럼 빛난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체(?)가 없는 AI의 그녀 사만다와 두 가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나 완벽한 정신적 교감에 비해, 사람과 AI의 근본적인 차이인 육체적인 교감이 이뤄지지 않는 것. 그리고 그녀에겐 수백 명의 다른 연인(?)이 더 있다는 것.

사이버 연인으로 인정하고 선을 긋는다면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건 AI에게나 해당되는 것.

흔들리고 집착하게 되는 인간으로선 속수무책이다.

AI 시대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알 수가 없다. 다 아는 것 같은 길인데 막상 떠나면 모르는 길 투성이인 여행과 같다.

영화 제목이 'SHE' 가 아니라 'HER '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주인공은 AI 연인의 한계에 고민하고 좌절하지만, 그런 부수적인 건 사치라는 외로운 사람도 너무 많다.

물론 장점도 있다. 그녀 또는 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한다면 더 좋게(?) 변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간과한 실체라는 것을 추가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에 대한 영화도 물론 있다.

사람과 똑같은 실체를 가진 AI와 손을 잡고 여행을 다니는 세상이 온다면 그건 축복일까?

알수가 없다.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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