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45 (금)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 기자명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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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있으되 시끄럽지 않고, 볼거리가 있으나 붐비지 아니한다.’

충청북도 영동의 월류봉을 돌아본 느낌을 한 줄에 적으면 이러하다.

뭔가 시조가 생각나는 분위기, 산세는 중국의 장가계를 축소시켜놓은 듯 하고 흐르는 하천은 당장 낚싯대를 들고 뛰어내려가고 싶게 만든다.

월류봉이 달도 머물다 가는 곳이라면 이곳 하천은 물고기도 멈출 곳처럼 아름답다.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다. 도 단위의 지방자치 단체 중에서 유일하다. 바다도 없고 유명짜한 산과 명소도 사실 드물다.

하지만 여기엔 산과 계곡, 강이 있다. 때묻지 않은 들과 산천을 보기에 충북만큼 좋은 곳도 별로 없을 성 싶다.

◆ 월류봉, 달도 쉬고 간다는데...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일대는 한천팔경으로 유명하다. 팔경중에 으뜸이 바로 월류봉.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한천팔경은 월류봉,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냉천정, 법존암, 사군봉, 화헌악인데 봄꽃이나 가을 단풍으로 수놓아진 월류봉을 화헌악이라 부르고, 용연대는 월류봉 아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연못을 일컫는다. 산양벽은 월류봉의 기암절벽을 부르는 말이니 사실상 한천팔경은 월류봉의 구석구석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달이 서쪽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 모양 따라 서쪽으로 흐르듯 달이 머물다 사라진다고 하니, 달 좋은 날에 1박하면서 달 구경을 만끽해도 좋으리라.

◆ 흐르는 강물처럼...

월류봉 아래는 백화산 자락에서 발원한 석천과 초강천이 만나 흐르고 있다.

조선후기의 학자인 우암 송시열이 풍경에 반해 은거하며 학문을 가르치던 곳이니, 400여년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송시열이 학문을 가르치던 한천정사와 그를 기리는 기념비인 유허비가 남아있다.

마을 뒷길을 돌아 강가에 다다르니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전망대에서 보던 월류봉이 관광객의 시선이었다면,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는 느낌이랄까.

계곡을 건너다니면서 낚시를 하는 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송어 낚시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흐르는 강물처럼’이 떠올랐다.

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영화는 몬태나주의 블랙풋 강가를 기억하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에서 찾으라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강물의 소리에 합쳐진다. 낚싯대를 던지는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을 통해 흘러간다.”

최초 작성 2016. 6. 1.복구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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