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02 (금)

[자유의 나라 미얀마] 미얀마 일상생활 속 삼보(三寶)의 중요성과 사찰음식

  • 기자명 최재희 칼럼니스트 (lawan848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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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아주 오래 전부터 불교의 영향을 받아 사찰문화와 일반문화를 분류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불교는 곧 삶이자 자신들의 가치관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를 매우 귀중하게 여긴다. 새벽 5시가 되면 탁발을 하기 위해 거리를 걷는 스님들에게 아침 공양을 보시한다.

미얀마의 옛 수도이자, 가장 발전된 도시인 양곤에서도 아직까지 탁발의식을 볼 수가 있다. 미얀마인들이 스님을 만나게 되면 예의를 갖춰 절을 하고, 스님보다 높은 곳에 앉지 않는다. 불상(佛像)을 귀하게 여겨 절에 가면 불상을 향해 발을 보이거나 뻗지 않는다.

스님을 공경하는 문화는 미얀마 말에도 나타난다. 스님에게는 일반 미얀마어와 달리 존경의 의미를 담은 특수한 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스님들에게만 종결어로 ‘~페야(Paya)’라는 단어를 붙인다. 페야는 본래 명사로는 부처님이라는 단어인데 스님을 부처님처럼 생각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붙여서 사용한다.

■ 불(佛)·법(法)·승(僧), 그리고 부모님과 스승님

사찰문화가 일반문화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절’이다. 미얀마에서는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만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 지혜를 주는 선생님이다.

삼보, 부모님 선생님을 합쳐 ‘Ananto Ananta Ngar par(아난더 아난다 응아 바)’라고 하는데 ‘끝없는 공덕과 은혜를 지닌 삼보와 부모님, 선생님의 공덕과 은혜’를 뜻한다. 부처님과 스님에게 절을 하는 마음처럼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자신이 존경을 표하고 싶은 날은 절을 한다. 이러한 문화를 미얀마에서는 ‘Gado(가도)’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가족과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최우선이고 중요하다. 자신의 부모님을 매우 사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다. 먼 여행길을 떠나기 전 부모님께 ‘가도’를 하기 위해 큰절을 3번 올린다. 부모님 다음으로 중요한 선생님들과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미얀마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은 곧 법(法)이다.

선생님에게 예의 없게 행동하는 학생들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학생들은 학년이 끝날 때마다 “스승 경배의 날”을 마련해, 선생님들에게 가르침에 감사하는 선물과 함께 절을 올리는 행사를 한다.

나중에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각자의 직장이 들어가서도 본인의 은사였던 분에게는 시간을 내어 찾아간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현금을 마련하거나 선물을 사서, 시간이 지나서도 옛 가르침에 대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한다. 사찰문화와 일반문화를 분류하는 것이 어려운만큼 미얀마에서는 ‘불교’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불교 문화의 나라' 미얀마, 사찰음식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외국 귀빈들이 오면 종종 우리나라 사찰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모습을 뉴스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미얀마 유학생활을 한 나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얀마의 사찰음식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우리나라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사찰음식이 일반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과 미얀마 사찰음식의 차이는 ‘탁발(托鉢)의식’에서 온다. 미얀마는 현재도 철저하게 스님들의 생활은 신도들의 ‘보시(布施)’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얀마 스님들은 새벽 6시에 아침 한끼, 오전 11시에 점심 한끼를 끝으로 철저한 금식을 지키고 있다. 점심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는 물만 마셔야 한다.

한국에서는 스님들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사실상 부처님이 설한 법에는 ‘고기를 먹지 말라’라는 계율이 없다.

미얀마에서는 부처님 때부터 내려오던 ‘탁발의식’을 중요시 여기는데 여기서 ‘신도들이 공양을 올리는 음식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수 없다.’라는 계율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들이 고기밖에 없어 고기를 보시하면 선택하거나 거절 할 수 없기 때문에 먹어야 한다.

미얀마 절에 가면 스님들이 고기를 먹는다고 놀라면 안 된다. ‘고기’를 보시한 신도의 지극한 마음을 스님은 거절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처님 법에도 ‘죽이는 장면을 보지 않은 고기, 죽이는 소리를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잡은 것이 아님을 알고 먹는 고기, 수명이 다해 스스로 죽은 생물의 고기, 매나 독수리 따위가 먹다 남은 고기 등의 오정육(五淨肉)’은 먹어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라고 해서 일반 대중들과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다. 신도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공양을 올리는 그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스님들은 살아간다.

미얀마에 배낭여행을 갔던 20대 초반에 너무 배고파 절에 가서 밥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스님께서 "외국 여학생이 밥도 못 먹은 것이 불쌍하다"며 자신이 탁발 받아 온 공양구(供養具)에서 생선튀김을 꺼내 건네주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다.

음식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갖지 않고, 신도가 자신을 위해 주는 음식을 먹으며 평생을 사는 미얀마 스님들은 자신의 신도에게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까? 탐욕에 젖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울림을 주는 미얀마의 사찰음식이 아닐까?

■ 필자 소개

최재희 칼럼니스트

- 동국대 불교학과 학·석사 졸업- 미얀마 양곤대 오리엔탈학과 박사과정- BBS 불교방송 라디오 <무명을 밝히고>, <뉴스와 사람들> 등 프로그램에 미얀마 전문가로 출연- 현대불교, 트래블라이프 등 다수 매체에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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