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힘이 되는 한끼] 포항 '고등어 추어탕과 무침회', 말없이 수저를 들 시간!

  • 기자명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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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국내건 해외건 여행의 중요 콘텐츠가 먹을 것이 되는 건 당연하다. 풍경으로 여행의 느낌을 말한다면 그곳이 유명한 곳이라도 내뱉는 감탄사가 진부한 느낌이다. 유명하지 않다면 그 느낌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먹는 건 다르다. 먹어본 음식이라면 내가 아는 그 맛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하고, 먹어보지 않았다면 비주얼과 반응으로 맛을 상상하게끔 한다.그렇다면 물어본다. 고등어 추어탕을 먹어보았는가. 먹어보지 않았다면 어떤 맛일 것 같은가.

맛 칼럼니스트가 아니어서 이 맛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보다 훨씬 기름지고 풍부한 맛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고기를 갈아 만든 음식이 유명한 향토 음식이 되는 건 그 지역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꾸라지는 대한민국 팔도 모두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재료나 요리과정의 미묘한 변화가 있을 뿐 전국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추어탕과 비슷한 어탕국수 혹은 생선 국수는 개인적으로 충청도의 청산면과 경상남도의 거창이 압도적이었는데 두 곳 모두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이다. 이런 곳에서는 바닷물고기가 있을 리가 없고, 미꾸라지보다는 강가나 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는 게 훨씬 더 편했을 것이다.

고등어 추어탕이 포항일대와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인 것은 같은 맥락이리라. 미꾸라지보다는 고등어가 훨씬 흔하기 때문이다.

'정영희 흥해 고등어 추어탕' 집엔 미주구리회 무침도 있다. 물가자미로 써야 마땅하지만 동네주민들에겐 어감이 살지 않아서 이렇게 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역시 철저한 로컬음식이다. 한 점 한 점 살을 떠 접시에 올리고 간장과 고추냉이에 찍어먹는 방식은 이 고장 스타일이 아니다. 물회로 대표되는 것처럼 단순하고, 푸짐하고, 먹기 쉬운 화끈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 드라마의 영향으로 포항의 구룡포가 각광받고 있다. 이곳엔 전통방식의 국수와 대게 등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정말 로컬의 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단, 이곳 고등어 추어탕 식당은 같은 포항권이지만 구룡포와는 거리가 좀 있다. KTX 포항역에서도 멀지 않으니 참고해서 동선을 짜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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