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왜 '민물고기 생태 체험관'이 바닷가 '울진'에 있을까?

  • 기자명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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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흩뿌려진 섬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찾아오기 힘든 이 바닷가에 민물고기 전시관이 있다는 건 뜻밖이다.

경상북도 내륙은 좁고 깊은 계곡을 끝없이 더듬어 올라가는 산과 닮았다.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도 전기도 들어가지 않는 산간 오지 마을 여행기가 신문지면을 장식하던 곳.

지역 신문을 읽고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나' 라며 의아해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닷가인 울진에 ‘왜 민물고기 전시관인가’ 라는 질문은 이런 경북 내륙의 특성을 알아야 이해가 될 것 같다.

바닷길이 열린 울진은 봉화, 영양, 청송으로 대표되는 경북 내륙 오지에서 벗어나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대도시에서건 막상 찾아 들어가면 막막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전시관이 위치한 곳마저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뚝 떨어져 있다.

마치 육지의 섬과 같다.

표지판이 없다면 어떤 곳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특색 없는 모양새지만, 그 이미지가 바로 민물고기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하천을 옮겨놓은 듯한 각종 수조엔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몇몇 종을 제외하면 낯선 이름의 물고기들로 가득 차 있다. 민물고기 이름은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대형 수조엔 민물고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큰 녀석들이 느릿느릿 헤엄치고 있다.

대부분이 수입종인 이 물고기들은 단순히 볼거리를 위해서 마련해 놓은 것 같다.

이곳 민물고기 전시장마저 사람들이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 수입된 어류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토종 물고기들의 씨를 말린다는 얘기를 자주 접하지만 현실적으로 무감각하다. 피부에 와 닿는 얘기가 아니다.

낚시꾼들을 제외하면 민물고기를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어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고등어나 오징어가 줄어드는 것과 토종붕어가 설 땅을 잃어간다는 게 같은 이야기일리가 없다.

상업적인 가치를 가지는 대형 아쿠아리움 역시 해수어항이 차지하는 역할이 절대적이다.

쉽게 말해 민물고기는 바닷물고기에 비해 사람들이 먹지도 보지도 않는다.

하물며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는 민물고기도 절대 다수가 수입된 열대어들이 차지한다.

형형빛깔의 열대어들이 뿜어내는 자태에 비해 몇몇 종을 제외하면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토종 물고기들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이 전시장은 울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곳이 아닌 오롯이 울진 여행을 와야만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이 아니라 흑백과 녹색으로만 가득 찬 세상 말이다.

전시보다는 보존과 연구가 주요 업무처럼 보이는 이 전시장은 관람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으며, 입장료는 커피 한잔 가격이다.

울진 민물고기 전시장은 울진이 어떤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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