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광한루원, 지금도 통할 법한 낭만적 '시크릿' 공간

  • 기자명 김윤겸 (gemi@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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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북서측에 자리한 전북 남원시는 여타 지역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역사적 ‘콘텐츠’를 갖고 있다. 바로 ‘춘향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로맨스로 꼽히는 춘향전의 주요무대인 남원은 오래전부터 춘향전을 지역 관광 모티브로 적극 활용해왔다. 춘향이는 지역의 오랜 캐릭터이며 광한루원에서 매년 전국춘향선발대회를 선보이고 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로 유명한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의 무대가 되는 광한루원 역시 이런 춘향전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다. 사실 오래전부터 유명한 관광명소인 덕분에 이제는 다소 식상한 관광지라는 느낌마저 든다.

요즘 남원은 예전과 같은 벅적거림은 사라지고 조용한 호남의 한 중소도시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에 모처럼 오랜만에 광한루원을 찾았다. 세월의 흐름 따라 예부터 유명한 명승지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 그리고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한루원의 두 가지 얼굴을 느낄 수 있었다.

◆ 유명 선비들의 자취를 전하는 곳

광한루원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정원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며 광한루는 이곳을 대표하는 누각이다. 꽤나 넓직한 대지에 인공호수와 누각이 놓여있는 이곳은 지금으로 치면 ‘○○월드’처럼 유명한 유원지와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서 등불놀이라도 한다면 꽤나 낭만적인 그림이 상상된다.

광한루원의 두 가지 얼굴은 이곳이 역사적 명승지와 로맨스의 주요무대라는 것이다. 역사적 명승지 측면에서 보면 사실 광한루원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여러 선비들과 인연이 닿아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광한루는 모두가 잘 아는 정승인 황희가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으로 유배 온 황희가 짓고 광통루로 이름 지은 것이 광한루의 시초다. 또 정인지가 광한루의 중축을 실시했으며 ‘관동별곡’으로 유명한 송강 정철은 이곳에 연못을 파고 세 개의 인공섬을 건설했다.

보물 제281호로 지정된 광한루는 규모와 자태 면에서 웅장하면서도 단아함이 묻어나는 건축물이다. 그러면서도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자연의 거스름을 타지 않는 우리 조상들의 멋들어진 풍류가 느껴진다.

◆ 낭만적인 연인들의 ‘시크릿’ 공간

그렇다고 광한루원을 단지 선비들이 노닐던 유원지로만 한정시키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현대의 시각으로 봐도 이곳은 너무나 낭만적인 풍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춘향전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이 첫 만남을 가질만하다는 데에 자연스레 수궁할 수 있다.

버드나무와 팽나무 등이 둘러싼 호수가 너머로 보이는 광한루는 그야말로 옛 선조들의 데이트 장소로 이만한데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 호수를 유유히 다니는 팔뚝만한 잉어들의 뻐끔거림은 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풍경이다.

광한루로 향하는 돌다리는 건너면 좌우의 인공섬과 함께 낭만적인 느낌을 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셀카를 찍고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연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무 그늘 아래로 호수가 벤치에 앉아 있으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절로 난다.

조선시대 옛 정취를 느끼며 달달하면서도 색다른 연인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면 광한루원을 들러보자. 예부터 유명한 명승지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몽룡이 그네를 타던 춘향이의 모습에 반했던 것은 분명 이른바 ‘무대빨’도 한몫했을 것이다.

TRAVEL TIP : 광한루원 앞 요천 건너편에 춘향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곧바로 차로 이동해도 되지만 강변을 거닐며 산책 삼아 가는 것도 좋다. 도보로는 15~20분가량 소요된다.

예전의 남원은 다소 접근성이 불편한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인근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늘어나며 달라졌다. 순천완주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최근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남원시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전주에서도 한 시간 이내에 당도할 수 있어 긴 호흡으로 이 일대를관광 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자.

최초 작성 2016. 6. 23.복구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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