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헬레나의 아트&트래블] 프랑스 남부의 숨은 보석, 툴루즈와 툴루즈 로트렉

  • 기자명 헬레나 유 (faithmyth@naver.com)
글씨크기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뭘까. 일상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분위기에서 취하는 휴식, 새로운 경험, 이제껏 가보지 않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이질감 등일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출장을 제외하고는 휴식을 위한 여행을 떠나지 못했었는데, 다행히 지난 5월 중 열흘 정도 시간을 내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와 이탈리아 로마에 다녀올 수 있었다.

‘프랑스’하면 누구나 대부분 ‘파리’를 떠올릴 것이다. 파리 여행의 필수 코스와도 같은 에펠 탑, 개선문 등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명소들뿐 아니라, 프랑스에는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가 보지 않은, 마치 숨은 보석과 같은 곳들이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예가 ‘핑크 시티(Pink City)’라고 불리는 프랑스 남부의 툴루즈이다.

[툴루즈 시청 부근 사거리. 빨간 벽돌로 된 건물들이 눈에 띈다]

빨간 벽돌로 된 건물들이 많다고 해서 ‘핑크 시티’라는 별명이 붙여진 도시 툴루즈는,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특히 한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무언가 새로운 곳을 개척해 나간다는 생각에 더욱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갸론 강 부근의 공원]

여름이 되면 밤 10시까지 해가 떠 있어 마치 낮 같다는 프랑스 남부의 툴루즈에는, 날씨가 좋을 때 그러한 날씨와 도시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갸론 강’ 부근인데, ‘뉴 브릿지(New Bridge)’위에서는 눈이 아직 채 녹지 않은 산이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갸론 강 위의 퐁네프]

툴루즈에서 차를 이용해 1시간 정도 운전해 가면 도착하는 또 다른 소도시 ‘알비’에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화가의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유럽의 귀족들 이름을 살펴보면, 지명을 본인 이름에 차용해 쓴 경우가 많았는데, 툴루즈 로트렉 또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이었고, 12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혈통의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물랑루즈의 댄서들, 창녀들 등 하류 계층 여인들의 모습을 무척 사실적으로 그렸고, 물랑루즈의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당시 프랑스의 유흥 문화를 인상파적인 기법을 사용해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툴루즈 로트렉 박물관의 정원]

[툴루즈 로트렉 박물관 입구.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문 좌측에 툴루즈 로트렉의 생전 모습을 담은사진이 걸려 있다.]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툴루즈 로트렉은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보다 훨씬 작았는데, 이는 일종의 유전적 결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키가 작은 것뿐 아니라 뼈도 무척 약했던 그는, 자라면서 점차 그림을 통해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다. 특히 인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렸는데, 대부분 본인 주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렸고 대상 고유의 특성을 담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툴루즈 로트렉 作, 셀레랑의 청년 루티, 1882년, 캔버스에 유채, 툴루즈-로트렉 미술관, 알비, 프랑스]

동일한 모델을 여러 번 그리며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인상파적 기법의 색채와 빛으로 대상을 묘사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위 작품 ‘셀레랑의 청년 루티’에는 그의 영지에서 일했던 일꾼 중 한 명이 오브제로 등장하고 있다.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에 농부, 창녀, 무용수 등 하위 계층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을 놓고 많은 이들이 그가 그러한 계급에 대한 특별한 선호는 없었다고 하나, 필자는 귀족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신체적 결함 때문에 평생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그가 본인보다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었던 이들을 오브제로 하여 본인 작품에 나타내며 일종의 위안을 얻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툴루즈 로트렉 1894년 作, <물랭 가의 응접실>, 캔버스에 검은 분필과 유채, 툴루즈-로트렉 미술관 소장]

로트렉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보고, 그의 지인 중 한 명이 “왜 그렇게 여자들을 아름답지도 않고, 오히려 끔찍하게 보이게끔 표현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 질문에 그는 “그들이 그렇게 보이니까.”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 충실했다고 했지만, 왜 꼭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대상들을 많이 그려내야 했을까? 사람은 무의식 중에 본인과 유사한 것을 끌어 당긴다고 생각하는데, 앞서도 언급하였듯 본인의 다소 비극적인 삶과 닮은 닮을 살아가는 창녀, 무용수 들을 보며 대상과의 동질감을 느꼈던 듯 하다. 그의 눈에 비친 그 여자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삶의 애환에서 오는 심로(心勞)를 늘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순간 순간을 본인 그림에 담으며, 자기 눈에 비친, 늘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을 작품에 담고 마음의 위안을 얻은 로트렉의 작품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눈에 각인되고 있다.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화가인 고흐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라 일컬을 수 있는 툴루즈 로트렉. 그의 개인적인 삶은 조금 불행했을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남아 그가 그림을 통해 받았을 법한 위안을 우리에게 준다.

언젠가 프랑스에 가게 된다면, 붉은색 벽돌이 가득한 ‘핑크 시티(Pink City)’인 툴루즈와,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알비를 꼭 방문해 툴루즈 로트렉의 생생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툴루즈 로트렉 박물관을 꼭 가 보기를 권한다.

참고 자료 출처: [테마로 보는 미술: 화가의 생애와 예술세계] 툴루즈-로트렉, 김진희 (미술평론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1&contents_id=3452

■ 필자 소개

☞ 헬레나 유(본명 유수연)

매일경제 온라인에 아트칼럼 '헬레나의 그림이야기'로 동시대 국내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케이블 채널 MTN TV의 '미녀들의 주식수다'에서 외환 및 주식 시장 해설자로 출연한 바 있다. 현재 칼럼니스트, 작가, 아트디렉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초 작성 2016. 7. 4.복구 2020. 4. 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트래블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