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2023년은 토끼의 해...우리나라의 토끼 여행지는?

  • 기자명 박재근 (withjkon@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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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된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코로나19 사태도 어느 정도 잠잠해졌고, 이제는 타인의 눈총을 받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됐다.

토끼 좋아들 하시는지? 토끼의 해이니 만큼, 새해 첫 여행은 '토끼'를 테마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토끼 같은 자식들과, 토끼 만큼이나 귀여운 연인과 떠나도 좋다. 혹은 홀로 불쑥 떠나는 여행에서 토끼해의 서막을 열어보는 것도 좋다. '토끼 콘셉트'의 국내 여행지 몇 곳을 소개한다.

■ 슬픈 별주부전 품은 섬...경남 사천 '비토섬'

경남 사천의 작은 섬, 비토(飛兎)섬. 토끼가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1990년대 초반에 다리가 놓이면서,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게 됐다.

비토섬엔 거북섬, 토끼섬 등 '별주부전'을 떠올리게 하는 지명이 꽤 있다. 그래서일까, 비토섬은 스스로 '별주부전의 무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는 용왕의 명령을 받은 자라 별주부.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꼬드겨 용궁으로 데려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꾀 많은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애드립을 날렸다. 의외로 이게 통해서, 토끼는 다시 육지로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해서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도 아는 이야기가 바로 별주부전 이야기다.

비토섬의 전설은 별주부전과는 조금 다르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슬픈 내용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자라의 등을 타고 육지로 돌아오던 토끼. 월등도(돌당섬)를 지날 무렵, 고향땅이 눈에 비치자,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린다.

하지만 아뿔사! 바닷물에 비친 섬을 고향으로 착각하고 만 것이었다. 결국 토끼는 물에 빠져 죽었고, 죽은 토끼는 토끼섬이 됐다. 용궁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있던 토끼가, 고향 근처에서 익사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렇다.

토끼를 놓친 자라도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토끼섬 옆의 거북섬으로 남았다. 그리고 용궁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바다만 바라보던 아내 토끼는 바위에서 떨어져 숨을 거뒀고, 목섬이 됐다고 전해진다.

전설의 주 무대인 월등도는 비토섬 가장 끝에 있는데, 하루 두 번, 2시간 정도 썰물 때가 되면 길이 열리는데,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이 하나로 연결된다.

비토섬에는 국민여가캠핑장이 조성됐고, 전망 좋은 곳에 숙박업소 대신 글램핑장이 들어서 캠핑 명소가 됐다. 섬에는 별주부전 테마파크도 들어서 있다. 토끼 먹이주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 "산토끼 토끼야" 유명한 동요의 고향을 찾아서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불러봤을 노래. 상당히 오래된 노래다.

이 동요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일래(1903~1979) 선생이 작사·작곡했다. 1928년에 태어난 곡이니, 올해면 만 95세가 된다. 그리고, 이 노래가 탄생하던 당시, 이일래 선생은 경남 창녕 이방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으니, 이방초등학교가 '산토끼' 노래의 고향인 셈이다.

지금도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고 뛰어노는 이방초등학교에는 '산토끼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 학교 인근에 '산토끼 노래동산'이 들어섰다.

산토끼 노래동산은 동요관과 토끼 먹이 체험장, 테마별로 꾸며진 동화마을이 마련돼 있고. 토끼 동굴, 어린이놀이터, 작은 동물원, 레일 썰매장 등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서울에서 찾아가기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부산과 대구, 창원 등의 지역에서는 한시간 안팎이면 도착한다. 인근엔 우포늪 생태체험장 등이 있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여행하기 좋다.

■ 토끼를 닮은 문주란 자생지, 제주 토끼섬

제주의 토끼섬은 구좌읍 하도리 굴동포구 인근에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로 알려져 있는 이 섬에서는 백로, 노랑발도요 등의 새도 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섬에 토끼가 살진 않는다. '토끼섬'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의 모양이 토끼를 닮았기 때문.

또는, 이 섬의 주민이 1927년에 토끼를 풀어 키웠기 때문에, 그 때 '토끼섬'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토끼가 없다.

썰물 때가 되면 토끼섬을 향해 걸어가볼 수 있다. 다만, 섬 안의 동식물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19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토끼섬 동쪽으로는 우도가 보이고, 주변엔 윤여정-김고은의 영화 '계춘할망' 촬영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등이 있으니,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 검찰청 옆 뜻밖의 '토끼 천국'...서울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마음은 항상 멀리 떠나고 싶건만, 현실적으로 좀처럼 휴가를 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 어쩌다 쉬는 날이 찾아와도 경조사 챙기고 밀린 집안일 처리해놓으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아쉬운대로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고 싶다면, 그리고 토끼 구경도 하며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서초동 몽마르뜨공원으로 가 보자.

서초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된다. 경사가 좀 있긴 하지만,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토끼를 보호해 달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실제로 공원에 토끼가 꽤 많이 있다. 사람을 보고 그다지 겁내지도 않는다. 세상 평온한 모습으로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

몽마르뜨공원이 처음부터 '토끼 천국'이었던 건 아니다. 10년 전 쯤, 누군가가 이 공원에 토끼들을 유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 녀석들이 번식하면서 이렇게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가 토끼 천국이라고? 그렇다면 내가 토끼를 한두마리 유기하더라도 들키지 않겠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토끼 수는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원래 사람 손에 컸던 '집토끼'들이니, 어쩌면 사람을 보고 겁내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것.

동물보호단체가 몽마르뜨공원의 토끼들에게 중성화수술을 하는 등, 자발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산책 나온 주민들의 반려견 등으로부터 토끼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개체수 때문에 토끼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토끼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꼭 토끼 구경 목적이 아니어도 좋다. '그 시끄러운' 법조단지 바로 옆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온한 곳이다. 다만, 공원 내에 별도의 매점이나 카페가 없으니, 마실거리 정도는 미리 준비해오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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