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4 (금)

[쉼표가 있는 한잔] 피해야 할 건 더위만이 아니다...강원도 평창 '옐로우트리'

  • 기자명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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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피서철, 여행은 계획 짜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때, '어딜 돌아다닐 것인가'보다는 '어디 가서 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좋겠다.

모닥불 피워놓고 밤새 노는 건 박물관속 사진에서나 보던 풍경일 뿐. 작렬하는 무더위 속에 등산 또는 산책 같은 걸 하겠다고 덤빈다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앰뷸런스나 얻어타지 않으면 다행이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라는 말이 확실히 맞긴 한가 보다. 나이가 들수록, 여름을 나기가 점점 힘겨워진다.

'피서'라는 단어가 새삼 와 닿는다. 그래! 더위는 '피해야 하는 어떤 것'이 분명하다.

엄동설한은 있어도 '피한'은 없지 않은가.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장소로 흔히 바다나 계곡을 많이들 떠올린다.

하지만, 피서의 기본은 사람을 피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그게 쉽지만은 않다. 어쩌자고 직장인들의 휴가는 여름에만 몰려있는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역병이 지나간 흔적을 지우기 위해 폭풍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아니, 이미 나왔다.

강원도 평창의 옐로우트리 카페를 발견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인근을 지나던 중, 갑자기 커피 한잔이 생각나 검색해보다 찾아낸 것.

그런데 이런...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이런 시골에 카페라는 게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좁고, 주변에 논밭 만이 널려있는 시골길을 계속 달려가야 한다.

"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길을 지나게 된다"라는 정보를 얻은 채 운전하다가, 엉뚱한 산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헤매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아! 의지의 한국인...

조금만 길눈이 밝다면, 두 번째 방문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평창 깊은 산속에서 만난 은행나무숲은 짙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아이스 커피 한잔을 들고 해먹에 누워 눈을 감으니 느껴지는 건 맑은 공기와 바람뿐이다.

여기 주인장에게, 아마 커피 판매는 주업이 아닐 듯 싶다.

선친이 일군 은행나무숲을 관리하는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어쩌면 이곳은 여유 좀 있는 '자연인'이 만든 현대판 농막 아닐까 싶다.

왜 안 그렇겠는가. 1년만 여기에 눌러 앉아도 세상살이는 '오브라디 오브라다' 아니겠는가.

이 여유로움과 한적함이 가능했던 건 역시나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카페를 방문한 시각이 평일 오후이긴 했다.

그래도 일단 '평창을 방문하는 여름 관광객'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있다고 한들, 이 깊은 산골짜기까지 굳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이는 더욱 적을 것이다.

이 카페가 조금 더 알려지고, 또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아마도 이 정도의 호사는 누리기 쉽지 않으리라.

혹시라도 이 카페를 찾게 된다면 바람부는 선선한 흐린 날씨이길 바래본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지 않기를...

이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해먹위에서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손끝으로 만지고 싶을 정도로 가깝게 말이다.

Travel Tip : 이미 앞에서 설명했지만, 이 카페에 가려면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이 길은 좁은데다가 경사까지 있다. 초보운전자가 도전하긴 쉽지 않다. 운전 실력이 서투르다면, 좀 더 실력을 쌓은 뒤 도전하는 게 좋겠다.

카페 근처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끔 신용카드 결제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뱅킹을 이용한 송금 같은 게 될 리가 없다. 혹시 모르니 현금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카페 근처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하고 카페를 방문하는 게 좋겠다. 바꿔 말하면, 이 카페 인근에서는 '휴대전화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가 가능하다는 얘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말고, 오롯이 자연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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