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신비와 침묵의 돌다리

양혁진 승인 2022.05.13 01:03 의견 0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는 사실 조용한 휴양지에 가깝다.

경남과 인접한 경북 내륙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가 휴양지라니...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운문댐과 크고 작은 계곡들은 가히 '물의 나라' 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계곡물에 발 담고 수박 한 조각으로 더위를 달랜 후, 대여한 평상에서 한숨 낮잠을 즐기는게 이곳 여행의 기본 공식 같은 것.

즐비한 펜션 중에 하나를 잡고 조용히 고기 좀 구워먹고 와도, 공기와 물에서 일단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게 청도다.

이런 물 맑고 조용한 청도에서 더 조용한 곳은 운문사다.

구름의 관문이라는 뜻의 운문. 어쩌면 청도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일 수 있겠다.

지자체인 운문면부터 운문댐, 운문산... 운문을 모르고서는 청도를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그 중심엔 유명한 비구니 사찰인 운문사가 있다.

이십여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라 기억이 가뭇하다.

입구가 이렇게 깔끔했었나, 대웅전이 이 모양이었나...

운문사의 자랑인 처진 소나무를 봐도 기억이 영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곳을 정말 오긴 했던가...

그렇게 기억이 불랙홀처럼 소멸되던 찰나 돌다리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입니다. 발길을 돌려주세요'

예쁜 손글씨 옆 돌다리에서 기억이 한꺼번에 소환된다.

아마도 예전에는 '일반인 출입금지'와 같은, 다소 삭막한 문구 아니었나 싶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다리는, 내게 사바와 현실을 나누는 가슴 서늘한 공간이었다.

운문사의 스님들은 왜 출가를 결심했을까?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무엇을 수행하고 있을까?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정리되지 않는, 아니, 정리될 수 없는 숱한 의문들이 이 다리 하나에 놓여있었고,

다리 건너의 공간은 내가 영원히 들여다볼수 없는 신비의 세계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숱한 의문은 청춘과 함께 돌다리 아래 물처럼 흘러갔고, 이제는 의문 대신 그저 침묵만이 남아 있다.

얼핏 보았던 스님들의 앳된 얼굴만이 기억 한 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이다.

기억 속 그 스님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면, 물음표 대신 가벼운 미소로 인사하고 싶다.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Travel Tip : 대중교통으로 청도를 방문하려면, 대구를 거쳐야 한다.

대구에서 기차를 갈아타거나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청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면 '온천'과 '프로방스 포토랜드'가 좋은 검색어가 될 수 있다.

내친 김에 사찰여행을 계속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옆동네 밀양의 표충사를 거쳐 경주 불국사로 마무리 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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