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난 마라도..."몇 번이나 찾았지만 또 가고 싶어라"

양혁진 승인 2022.03.01 16:19 | 최종 수정 2022.05.01 15:24 의견 0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여행에 임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진다.

특히 여행을 직접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면 더욱 그렇다. '인적 드문 나만의 힐링 스팟에서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기'라거나, '정처 없이 발길 닫는대로 걷기 : 헤매는 과정조차 여행의 일부이므로 그대로 즐기기' 같은 건 금물이다. 그러다간 가족들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족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보편타당성'이다.

가족과 함께한 제주 여행. 마라도를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 섬에서 또 배를 타고 나가야하는 섬. '보편타당성' 측면에서도 아주 적절하다.

초행길도 아닌데 마라도를 여행 계획에 포함시키는 순간 자연스레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정확한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좋은 느낌이 떠올라서다.

가장 최근, 홀로 마라도를 찾았을 땐 모슬포항에 멸치털이가 한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기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마라도행 여객선에 올라타니,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소리에 기름 냄새가 겹쳐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뱃멀미라도 나려나 두려워, 2층 외부로 향한다. 사실, 딱히 뱃멀미가 걱정되지 않아도 외부로 향했을 것이다. 선실 안에서만 웅크리고 있기엔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을 수 있는 이 기회가 너무나도 아깝고 소중하다.

배에 올라 바랏바람을 맞은 지 30분 가량 됐을까. 가파도를 지나 짙푸른 바다의 깊이를 잠시 상상하던 찰나 마라도가 눈에 들어온다.

쌓인 눈을 구경하겠다며, 많은 여행객들이 한라산 등반에 나섰지만, 제주 풍경의 '시그니처'가 마라도라는 생각엔 변함 없다. 그 만큼, 마라도의 매력은 여전하다.

특히 선착장을 중심으로 한 제주를 바라보는 경치만큼은 가족과 함께 다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은 마치 사진에서나 보던 히말라야를 연상케 한다.

산책로보다 땅을 밟고 싶은 건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작은 섬에 관광객을 부려 놓으니 북적거릴 것 같지만, 사람들이 몰릴만한 장소만 피하면 꽤나 유유자적하게 섬의 매력을 즐길수 있다.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가족들의 표정을 보니 코로나 때문에 꺼리는 눈치다.

대신 호떡 하나 손에 쥐고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동서남북이 모두 그림이다.

이보다 더 제주를 잘 나타내는 풍경이 또 있을까.

바다에 떠 있는 수십척의 방어잡이 선단이 구경거리를 더한다.

마라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길어야 두어 시간 머무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두어 시간만 머물기엔 너무나도 아쉽다.

오후 늦게 들어와, 육지행 마지막 배를 타고 나가야만 하는 스케쥴이 아니라면, 굳이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사리 찾은 마라도. 또 언제 올지, 다시 올 수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마라도의 민박이나 펜션에 머물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아마 홀로 떠난 여행이었다면, 나머지 계획을 취소하고라도 이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가족 여행인 만큼,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뗀다.

해가 진 후, 서귀포에서 보이는 마라도는 아마도 '저 멀리 불빛만 반짝이는 작고 조용한 섬'일 터. 언젠가 그 고요함을 느껴볼 날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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