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동마을, 위성 안테나와 초가집의 무심한 조화

양혁진 승인 2021.11.02 23:22 | 최종 수정 2021.11.02 23:38 의견 0

경주 여행 코스에 양동마을을 포함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양동마을만 놓고 보면 이만한 관광지도 드물다. 문제는 이 마을이 있는 곳이 하필 경주라는 것. 동네마다 유적이 쏟아진다는 바로 그 경주 말이다.

'안동'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게 '하회마을'이다. 하지만 '경주'와 '양동마을'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불국사며 대릉원이며... 강력한 경쟁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동 시간을 고려해 동선을 짜야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시가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거리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입구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오자"고 작정한 게 아니라면, 이동하는 시간과 관람시간을 포함해 꼬박 반나절은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주가 지척이어서 옆 동네 마실가듯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쩌면 양동마을은 '시티투어버스' 같은 걸 타야 가볼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 600년 씨족 마을 사람들도 TV는 봐야지

양동마을에는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 "이게 뭐 대수인가" 싶은가?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은 극히 드물다.

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집집마다 걸려있는 빨래들. 역사적인 유적을 보러 왔건만, 느닷없이 눈 앞에 들이닥치는 일상은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놀라게 된다.

양동마을에서는 위성안테나가 달린 집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동마을을 사진 한 컷으로 설명한다면, 바로 이 광경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붕만 남긴 채 리모델링한 집들도 마을에 섞여 있다. 보기 좋으라고 기나긴 겨울을 창호지에만 의지해 날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뼈대 있는 양반의 후손들이라고, 현시대에 밤마다 초롱불에 글이나 쓰면서 살수는 없는 법. TV도 보고, 인터넷도 사용하며, '넷플릭스' 같은 것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현실성은 지붕이 초가인 곳일수록 더욱 잘 느껴진다.

유명한 양반 집성촌이라고 해서 초가집이 없는 건 아니다. 마을에 양반들만 있다면 농사는 누가 짓겠는가.

대궐같은 기와집들은 상대적으로 생기를 잃고 박제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마당에 주차된 자동차들이 부엌의 부지깽이보다 더 필수품일 수 있겠다 싶어진다.

매표소 인근과 마을 입구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먹을거리 등을 파는 매점을 제외한다면, 마을 내부나 인근에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중장년 이상의 고령층이 아니고서야, 이 마을에서 생활하기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마트와 병원이 없는 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마을 입구에 있는 초등학교가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 문화유산에 생기를 불어넣는 주민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씨족 마을의 전형이다.

기능적, 경관적으로 최대한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기에, 세계적 유산으로 지정됐을 터.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어야 한다.

만약 양동마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이 마을이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양동마을을 방문해 본 여행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자연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인 이곳 양동마을의 주인은 여전히 마을사람들이다.

마을의 주인이 주민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Travel Tip : 마을 내부에 편의점이나 마트는 없지만, 여행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밥집이나 매점 같은 건 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양동마을을 방문하려면, 시내버스 시간표를 잘 확인하도록 하자. 경주시내에서 출발하는 버스편이 하루에 10회 정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양동마을은 실제로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마을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은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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