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교동도 대룡시장,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선유랑 승인 2021.10.11 16:41 | 최종 수정 2021.10.11 17:12 의견 0

시장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위기는 아무래도 시끌벅적함 아닐지.

시장이란 장소는 상인에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불러모아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하는 곳이다. 생존의 장인 셈이다. 손님의 입장에선 그 많은 상인들의 다양한 상품들 가운데,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원하는 가격에 얻기 위해 끊임 없이 탐색하고 비교하며 흥정해야 하는 장소다.

사람이 모이고 거래가 오가니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르겠다. '정신 사납다'는 부정적인 표현으로도, '생동감이 넘친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도 나타낼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분명 상인이 모여있고 손님도 오고 가는데 조용한 시장이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시장일 지도 모르겠다. 강화도의 부속섬, 교동도의 '중심 상권'인 대룡시장 이야기다.

교동대교 (사진=강화군 제공)

장바구니 손에 들고 시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또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시장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대개 이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대룡시장은 하나의 과정이 더 추가된다. 교동도를 들어가는 길목에서, 해병대원의 검문을 받고 출입증을 발부받아야 한다. 개별 차량을 통해 이동한다면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차량 운전대 위에 출입증을 비치해두어야 교동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강화 본섬에서 교동도로 향하는 유일한 버스노선(18번 시내버스)을 이용한다면, 버스에 올라탄 해병대원을 만나게 된다.

교동도는 북한과 매우 가까운 곳이며, 일부 지역은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넘어가는 구역이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검문 절차는 불가피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 같은 통제를 받고 있는 곳이기에, 교동도 내 대룡시장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시장'이라는 특색을 지니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교동도의 경제 중심지, 대룡시장에 도착했건만, 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조용하기만 하다. 시골 장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뻥튀기 상인의 신호, 그리고 뻥튀기 기계 소리조차도 조용하다. '뻥!'보다는 '푹!'에 가깝다. 호루라기 소리에 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뻥!' 소리가 나는 시골 장터도 있건만...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당신, 대룡시장이 낯설다고 느낄 수 있겠다.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교동이발관'은 무엇이고, '동산약방'은 또 무엇인가. 아무리 전통시장이 '올드'하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숫제 시간이 멈춰버린 곳 조차 일부 남아있으니, 순간 어리둥절하게 된다.

대룡시장은 6.25 전쟁 당시 남녘으로 피난한 황해도민들이 교동도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고향이 지척인 섬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고향의 시장을 떠올리며 만든 삶의 터전인 셈이다.

그렇게 교동도의 시간은 근 60년간 멈췄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교동도로 갈 수 있게 된 건 교동대교가 완공된 2014년.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채 안 된 짧은 시간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라도 발전하게 된 게, 10년도 채 안 된 짧은 시간동안의 변화라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육지와의 교류가 더디었다 보니, 바깥세상과 같은 빠른 속도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덕분에 옛날 6~70년대 거리의 모습이 상당부분 보존될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이 같은 경관이 한 때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세를 떨쳤고, ‘시간이 멈춘 곳’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여행’을 하려는 관광객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교동이발관’과 ‘동산약방’, ‘중앙신발’, ‘거북당’ 등은 예능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관광 명소가 됐다.

동산약방은 아직도 약국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약사님의 춘추는 올해로 아흔. 뭍이었다면 진작에 약방을 떠났으리라. 하지만 지역 내에 병원이 없기 때문에, 이 오래된 약방은 여전히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약국 문이 닫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동이발관은 더 이상 이발관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등에 나온 모습은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

지금은 김밥과 튀김 따위를 파는 분식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교동이발관이라고 표기된 간판, 그리고 이발 후에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세면대라거나 이런 인테리어는 여전히 보존돼 있다.

이런 시장이다보니, 최근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주로 다루는 상품은 '쫀드기'며 각종 사탕류 등을 비롯한 이른바 '불량식품'들.

'이상하면 살펴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라거나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자'거나 이런 문구가 적힌 표어나 포스터를 제작해 붙여놓은 곳도 많다.

그렇다고 마냥 '추억팔이'를 하는 상점들만 있는 건 아니다. 추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들도 보인다.

옛날 참기름병을 연상케 하는 유리병에 대놓고 '촌스런 음료'라는 라벨을 붙여놓은 채 손님의 시선을 끄는 '교동 밀크티' 상점... 한 번 가고 말 뻔 했던 대룡시장을 다시 찾게 만드는 조용한 힘일 수 있겠구나 싶어진다.

2019년 5월 촬영한 교동 제비집 입구 모습 (사진=선유랑)

대룡시장 소개를 마치기 전, 한 가지만 더.

자동차를 이용해 대룡시장을 찾게 되면, 시장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게 된다. 그 주차장에서 보이는 '교동 제비집'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설물이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2층짜리 건물은 관광안내소와 전망대의 역할을 겸하려는 의도로 지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폐쇄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느냐면, 그런 느낌도 아니었다.

홍보용 소책자의 내용을 보면, "관광안내소와 전망대, 카페 외에도 VR 기술을 이용한 관광명소 가상 체험, '내 사진을 넣은 교동신문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전망대와 카페 외에는 대부분 방치된 느낌이었다.

2019년 5월 촬영한 교동 제비집 전망대 모습 (사진=선유랑)

그나마 운영되는 듯 보였던 전망대 역시 관광객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딱히 북한이 보이는 지점도, 섬 전체의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망원경을 통해 무엇을 보라고 만들어놓은 곳이었을까.

IT기술을 접목한 관광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을 이 곳...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정상적인 운영이 시작될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방치된 곳으로 남아있을까. 아무래도 이 사태가 끝나야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TRAVEL TIP :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우선 신촌이나 송정역 등에서 강화행 버스(3000번 등)를 타고 강화터미널로 이동한 뒤 18번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18번 버스는 강화터미널에서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11회 운행한다. (오래된 안내책자에는 '70번 버스'라고 표기돼 있을 수 있다. 70번에서 18번으로 번호만 바뀐 노선이다)

바다를 보고 싶다면 월선포가 가장 가까운 편. 과거엔 강화 본섬 창후항에서 교동도까지 잇는 여객선이 닿던 곳이다. 지금은 18번 시내버스의 종점이다.

북한 쪽 경치를 보고 싶다면 '난정저수지 전망대'와 '망향대' 등을 찾을 수 있다. 다만, 해변에서 북한을 바라보긴 어렵다. 지역주민이 아닌, 일반 방문객은 해변 출입이 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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