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한끼] 영천시장 소머리곰탕, 한 그릇에 담긴 온전한 소 한 마리

선유랑 승인 2021.09.07 10:48 | 최종 수정 2021.09.09 11:54 의견 0

"아지매, 곰탕 포장 됩니꺼?"

"포장만 되겠십니꺼? 택배도 됩니더!"

테이크 아웃 전문점도, 배달 전문점도 아니다. 나이 많은 할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며느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며 음식을 나르는, 누가 봐도 역사와 전통이 있어 보이는 노포(老鋪)다.

그런데 먹고 가는 손님들 만큼이나 포장해 가겠다는 손님이 많다. 그리고 그런 식당... 한두 집이 아니다.

대구에서 경주·포항 쪽으로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스쳐지나는 동네, 영천이다.

큰 도시들 사이에 있어서였을까... 예로부터 물자와 사람이 모이던 곳이었나보다. 그렇게 시장이 형성됐는데, 거래되는 물품들 중엔 '소'도 있었나 보다.

소를 사고 파는 우시장으로 유명했던 고장, 영천. 그 영천의 중심부에 형성된 영천시장... 소를 이용한 먹을거리를 파는 식당가가 들어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수십년 전, 영천시장을 드나들었던 이들은 어느 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을 터. 하지만 젊은 시절 맛보았던 소머리곰탕의 맛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그래서 장성한 자식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으리라. "야야, 영천 장에 가모, 곰탕 한그릇만 포장해 온나!"

우리나라의 '고깃국' 종류는 의외로 다양하다. 돼지며 닭이며 다 제외하고, 소고기를 이용해 만든 고깃국만 생각해도 그렇다. 옛 서울역사 내 식당에서 설렁탕이란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여행을 떠나다 우연히 지나가게 된 경기 광주 곤지암에서 소머리국밥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음식들만이 가진 매력이 놀라우면서도 마냥 좋았다.

그런 수많은 소고깃국과 비교해도, 영천시장의 소머리곰탕이 주는 만족도는 더 높다. 살코기만 담긴 설렁탕, 머릿고기 위주의 소머리국밥, 내장 위주의 내장탕과는 다르다. 말이 '소머리'곰탕이지, 모든 부위가 골고루 담겼다.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소 한 마리를 온전히 먹은 기분이다.

대구에서 경주로 향하는 여정. 고속도로를 탔더라면, 혹은 "영천에서 밥이나 먹고 가자"던 일행의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영천시장 소머리곰탕의 존재를 모를 뻔 했다. 어휴! 몰랐으면 억울해서 어쩔 뻔 했어...

TRAVEL TIP :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소머리곰탕을 파는 식당들 중에서도 유명한 가게가 몇 군데 거론된다. 대구 경북 지역의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희망식당'을 비롯한 몇 곳이 유명한 모양이다. 하지만, 반드시 특정 식당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식당을 찾든, 맛은 상향평준화 돼 있다.

소금이든 새우젓이든 다대기든, 아무 양념도 넣지 않은 채 국물 맛을 한 번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거나 이런 측면을 떠나서, 소고기 국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장 입구 도로변의 노상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되지만, 시장 안으로 몰고 들어와도 무방하다. 영천시장 건물 옥상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만, 진입로가 좁고 어르신들이 많이 오가므로 운전할 때 조심하는 게 좋겠다. 일방통행로인 만큼, 역주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천시장에선 소머리곰탕 외에도 상어고기를 소금에 절여 만든 '돔배기고기'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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