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5:00 (목)

을왕리 해수욕장, 40대 '아재'의 90년대식 여행

  • 기자명 김윤겸 (gemi@hot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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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발달로 인한 시간단축과 편의성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세 시간은 잡아야했던 강릉을 이제 기차로 한 시간 반가량이면 갈 수 있다. 인천에서 배를 타야 갈 수 있었던 영종도는 시원하게 뚫린 도로로 서울을 벗어난 지 불과 몇 십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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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에 이르다 보니 가끔은 ‘옛날식’을 찾곤 한다. 옛날식 먹거리와 패션 아이템 등을 접하게 되면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곤 한다. 지극히 ‘옛날사람’의 감성에 젖어드는 것을 경계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경험에 따르면 학창시절의 가장 인상적인 추억은 MT였다. 과?학년?동아리 등의 단위별 MT란 MT는 모조리 쫒아 다녔던 그 시절, 대성리?청평?강촌 등 소위 ‘경춘선 라인’을 위주로 밤새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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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러 MT에 참석하고 허구한 날 경춘선 라인만 가다보면 종종 지겨울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바다를 보러가자는 의견도 종종 나오곤 했고, 돈 없는 학생들이 경비를 최대한 줄여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바다로 갔다. 간척과 공항건설로 영종도와 한 섬이 된 용유도에 위치한 을왕리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뻥뻥 뚫린 대로가 해수욕장 바로 입구까지 놓여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왠지 90년대의 방식으로 가고 싶었다.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는 그 방식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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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인천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갔다. 영종도 구읍뱃터로 자동차를 싣고 왕래하는 배는 여전히 다니고 있다. 월미도에서 불과 십 분 정도면 가는 이 뱃길에서 보는 영종도는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들어서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구읍뱃터도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작은 항구 마을에 버스 종점이 있던 이곳의 풍경은 첨단 건물이 늘어선 세련된 신도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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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 구읍뱃터에서 출발해 종점인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갔던 버스는 한 시간이 넘게 다양한 풍경을 지나쳐 갔었다. 흙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조그만 점방이 버스정거장이었던 시골 풍경과 바닷길을 막은 황량한 간척지의 풍경들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오간데 없으며 그렇게 갈길을 달리던 버스 노선도 이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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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읍뱃터에서 공항철도 운서역까지 가는 버스에서 보는 영종도의 풍경은 고층아파트와 새 건물들의 향연이다. 종종 보이는 텃밭과 공터도 조만간 건물이 들어설 것만 같다. 예전에는 별개의 섬이었던 영종도와 용유도가 공항으로 하나가 되고 계속해서 도시로 확장되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뭔가 시간이 끊겨 버린 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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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을왕리 해수욕장은 늘 친근하다. 물론 배 타고 버스 타고 한창을 들어가 만나는 바다와 비교해 기대감은 덜한 편이지만 잔잔한 파도에 햇빛이 번지는 해변의 모습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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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시의 기대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때의 방식으로 바다를 보러 갔을런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고자 할 때는 이같은 옛날 방식의 여행도 제법 괜찮은 듯하다. 물론 돌아오는 길은 첨단의 영종도 자기부상열차와 공항도시철도를 이용했지만 옛날방식을 활용해보니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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