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4 (금)

[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프롤로그 - 디즈니랜드에 바이킹이 없는 이유

  • 기자명 유재도 작가 (jaedo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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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에는 바이킹 놀이기구가 없습니다. 놀이공원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이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중요한 요소가 디즈니랜드에는 빠져 있습니다. 전세계 12곳이나 되는 디즈니의 테마파크 중에서 바이킹이 설치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어느 놀이공원을 가도 필수적인 놀이기구인 바이킹이 왜 디즈니랜드에는 없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디즈니랜드가 스토리에 충실한 테마파크이기 때문입니다.

테마파크에 대한 정의는 워낙 다양한 주장들이 많고 최초의 테마파크라고 주장하는 공원들이 여럿 있으며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맹목적으로 붙이는 곳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탄생한 디즈니랜드를 두고 월트 디즈니가 테마파크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놀이공원, 어뮤즈먼트 파크(Amusement Park)는 글자 그대로 놀이를 위한 공원입니다. 재미를 위한 놀이기구가 중심인 형태의 공원을 뜻합니다. 놀이공원에서는 롤러코스터와 바이킹 같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공원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손님들은 보다 더 큰, 더 긴, 더 높은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에 환호합니다. 놀이공원에서는 조금 더 자극적인 놀이기구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테마파크(Theme Park)는 글자 그대로 주제가 있는 공원입니다. 마스터플랜으로 잘 계획된 공원의 디자인과 그를 바탕으로 조성된 몰입도 높은 환경, 그리고 그곳을 운영하는 캐스트 멤버(Cast Member)들의 연출이 한데 모여서 테마파크에서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곳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글로 만든 피터팬 동화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영화를 만들었고 훗날 디즈니랜드에서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언어로 피터팬 어트랙션(Attraction)을 만들었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랜드를 ‘쇼’ 라고 했습니다. 오감을 통한 스토리텔링인 셈입니다. 테마파크에서의 스토리텔링은 형태의 언어(Language of Form)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글과 영상 뿐만이 아닌 모든 형태의 언어가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테마파크는 놀이공원과 다르게 계속해서 자극적인 놀이기구를 도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손님들이 단순히 놀이기구를 타러 테마파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책이나 영화, 티비에서 보았던 스토리들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그 체험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행복하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놀이기구가 없더라도 테마파크를 재방문하게 되는 선순환 사이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놀이공원에서는 조금 더 자극적인 놀이기구가 손님들에게 순간의 관심을 받지만 테마파크에서는 잘 기획되고 디자인되어 캐스트 멤버들이 완벽한 연출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쇼가 명작동화처럼 손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습니다.

놀이공원은 새로운 놀이기구를 계속해서 도입을 해야 살아남지만 테마파크는 감동을 주는 명작 어트랙션 하나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전래동화 같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끊임없는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랜드를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재방문 손님입니다. 손님들은 디즈니랜드에서 바이킹을 찾지 않습니다. 손님들은 디즈니랜드에서 명작 쇼를 즐기면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싶어 합니다.

아직까지는 놀이공원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디즈니랜드와 같은 정통 테마파크는 다소 생소한 놀이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에 놀이기구를 몇개 탔는지에 대한 숫자 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루는 어린이 대공원에서 한 남자아이가 아빠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타라고 시켰다며 아빠가 아이를 설득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적이 있습니다.

실내 디즈니랜드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테마파크인 롯데월드가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스페인 거리에 있는 스페인 해적선을 두고 많은 손님들이 그냥 바이킹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나라에도 테마파크라는 행복한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테마파크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에도 기대를 걸어봅니다. 맹목적으로 남의 나라 테마파크 문화를 쫓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보다 앞선 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또 그것을 어떻게 현지화 시켜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사실은 이미 청룡열차 (1977년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 대한민국 최초로 도입된 롤러코스터)와 88열차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청룡열차를 대체한 360도 수직회전의 획기적인 시대를 연 롤러코스터)의 시대가 지났다는 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청룡열차, 88열차라는 표현대신 롤러코스터를 롤러코스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접했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디즈니랜드의 막연했던 이미지는 서서히 디즈니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테마파크라는 곳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우리나라에도 퍼져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국내의 많은 공원에서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놀이기구와 어트랙션이 도입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테마파크를 어떻게 하면 잘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공유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연재를 통해서 즐겁고 행복한 세상인 테마파크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해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나아가 우리나라 놀이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작가 소개

유재도

- 前)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근무- 現) JDY Creative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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