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1:33 (목)

[다시, 걷다] (6) 제주 여행, 그래도 용두암이 좋은 3가지 이유

  • 기자명 박재근 (withjkon@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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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거길 왜 가! 볼 건 용머리처럼 생긴 바위, 그게 다야. 제주도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굳이..."

여럿이 같이 하는 여행, 사람들마다 하고 싶은 것도 다르고, 가고 싶은 곳도 다를 터.

'제주도에 왔으니 용두암 한 번 구경 가자'는 의견이 나오면, 이런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 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두암을 고른 당신의 선택, 결코 나쁘지 않다.

"그래도 용두암이 좋은 3가지 이유"를 여기 소개한다.

■ 제주여행, 끝도 좋지만 시작하기도 좋은 곳

제주도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실감이 나진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해외로 나가지 못한 여행객이 몰렸기 때문일까... 제주공항은 딱히 성수기가 아닌데도 복잡하다.

공항 터미널 건물 바깥을 나와도 마찬가지다. 버스와 택시가 뒤엉킨 승강장, 승용차와 렌터카 회사 셔틀버스로 빼곡한 주차장은 번잡하다.

렌터카 여행이라면 차량을 인수받자마자, 렌터카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택시를 잡아타고 곧바로 용두암으로 향해보자. 공항에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조금 걸어도 좋고, 멍하니 서있어도 좋다. 또는 인근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차 한 잔 시켜놓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좋다.

인파에서 빠져나와 숨을 좀 고르고나면 비로소 정신이 들 것이다. 그리고 실감이 난다. 아, 내가 제주에 오긴 왔구나.

함께 여행하기로 한 일행과 출발 시간이 엇갈릴 때에도 용두암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용두암으로 와! 거기서 만나자! 먼저 좀 걷다가 차 한 잔 하고 있을게."

복잡한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

먼저 도착한 일행은 여유롭게 쉬면서 기다릴 수 있고, 나중에 도착하는 일행도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여행은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해진다.

■ 가볍게 걷기 좋은 도심 속 산책 코스

용머리처럼 생긴 바위, 그나마도 몰지각한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훼손된 그 바위...가 가장 유명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시커멓고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현무암으로 가득한 바윗길. 걷기가 쉽진 않다. 내려가는 계단의 높이도 제각각이라 오르내릴때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길을 걸을 수 있기에 비로소 실감이 나는 것이다. 여기는 분명히 제주라는 것.

여기엔 관광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업인들이 있고, 용두암을 앞마당 삼아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있다(그렇다. 용두암 바로 인근엔 아파트가 보인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와 "그건 그렇고 여기 경치 좋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 좋지 않은가.

게다가 수평선 너머 보이는 배, 그리고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 이걸 보면서 느껴지는 이유 모를 먹먹함과 아련함.

제주에선 오직 용두암 일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바위 봤으니 다 본 거지"라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바쁜 일이 없다면 조금만 더 걸어보자.

어느 새 공항 인근의 분주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마을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그 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그리고 눈을 돌리면 보이는 연못, '용연'이다.

바닷가와는 또다른 풍경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용연까지 걸어간 뒤, 다시 용두암으로 돌아오는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바다에서 연못을 향하는 느낌과 연못에서 바다를 향하는 느낌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 마지막 순간까지 즐기는 제주의 여유로운 휴식

제주 여행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난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제주에 머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이주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제주 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려다 허둥지둥 시간에 쫓겨 공항으로 달려가는 것... 그다지 기분 좋은 마무리는 아니다.

차라리 마지막 날은 무리하지 말고, 용두암에서 휴식과 함께 이번 여행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여행에서의 좋았던 기억들을 곱씹다보면, 아쉬움 속에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가 충전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마지막 산책 중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리프레쉬'가 되는 것이다.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는, 그리고 마지막 순간가지도 여유롭게 쉬다 떠날 수 있는 곳, 용두암 만한 곳이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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