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5:00 (목)

"이게 다냐"고요...포석정은 원래 쉬는 곳입니다

  • 기자명 진영택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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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여가와 휴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영어권 속담 중에도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 조상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거다. 치열한 삶으로 꽃피워 낸 찬란한 문화 뒤에는 피로와 고단함이 숨겨져 있었으리라.

가만히 상상해 본다.

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여가를 보내거나 휴식하는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상들이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서 짊어지고 펜션이며 리조트 같은 데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넥타이를 이마에 질끈 둘러멘 채 술잔을 부딪치지도 않았을 테고.

천 년 전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시간을 돌려 조상들의 여가생활을 엿보러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모습이었을까... 포석정을 한 바퀴 돌며 그저 상상만 해 볼 뿐이다.

천 년이라는 시간의 속삭임, 세월의 숨결을 조용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경주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른바 '황리단길'이라거나, 이런 사람 북적거리고 복잡한 쪽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그런 곳을 찾는 여행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게 각자 다를 수 있으니까).

조용한 고적에서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상상력을 깨우다보면 어느 새 '힐링'이 돼가는 기분이다.

소싯적, 수학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끌려다닐(?) 땐 알지 못했던 매력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한 숨 돌리고 갈 수 있는 곳. 그래서 경주다.

"애걔, 이게 전부야? 천년 전 유적이래서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더니..."

포석정을 찾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이 포석정은 일을 하는 곳도,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곳도 아니었다.

포석정은 원래 놀고 쉬어가는, 그런 곳이었다.

신라의 왕과 신하들이 정말 포석정에서 흥청망청 놀기만 좋아해서 나라를 망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잠깐의 쉼표, 일상에서 벗어난 한 순간의 여가가 그렇게 잘못되기만 한 일인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쨌든 포석정은 원래 쉬는 곳이다.

그대가 무슨 이유로 경주를 찾았건 간에, 포석정을 방문한다면 '목적'을 바라고 가기보다는, 잠깐 '쉬어가는' 일정으로 삼는 게 어떨지.

유적을 보며 상상해보는 조상들의 여가생활, 조용하다 못해 호젓하기까지 한 뒷뜰을 한 바퀴 돌며 마음 비우고 머리 식히기...

이 정도만으로도 쉬어갈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TRAVEL TIP : 포석정 인근에는 아직 카페가 없다. 소규모 매점이 하나 있긴 하지만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가 제한적이며, 카드를 받지 않는다. 현재 포석정 전시관을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안전사고에 주의하도록 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 1000원. 승용차의 경우 2000원의 주차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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