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변, ‘대나무 숲’이 바꿔놓는 울산의 이미지

양혁진 승인 2020.10.18 17:43 | 최종 수정 2020.12.19 19:13 의견 0

울산의 중심은 태화강이다.

​울산 사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다른 곳을 쉽게 떠올릴 수 없다.

‘울산 아리랑’ 노래만 들어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둘이서 거닐던 태화강변에 대나무 숲들은 그대로인데 어느 곳에 정을 두고 나를 잊었나’

가수 오은정이 1999년 불렀으니 태화강변의 대나무 숲도 꽤나 긴 역사를 가진 추억의 장소이다.

​물론 지금은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공원이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울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이지 항구도시인데,

​그 중심지를 가르는 태화강의 대나무 숲은 도시 이미지를 바꿔놓는다.

마치 서걱거리는 사막을 지나 맛보는 청량한 맥주 한잔의 맛이랄까.

이 거대한 항만도시에도 연인이 있고, 그들도 공장 굴뚝을 보면서 데이트 하지는 않는다.

짧은 여행의 기억 속에 대나무하면 떠오르는 곳은 전남 담양과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이다.

이 두 곳의 대나무는 주변 경관을 압도한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곤 장대한 대나무들의 숲이다.

​대나무가 주인이고 다른 모든 것은 그저 의미 없는 주변 환경일 뿐이다.

태화강의 대나무 숲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 고향집을 연상케 하는 이 소담스런 군락은 아득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뜻 모를 외로움을 전달한다.

누가 심었을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도시의 고층건물과 대비되는 모습은 기억속의 이미지와 현재를 마구잡이로 뒤섞어 놓기까지 한다.

대나무 숲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일 뿐 태화강변의 공원 전체는 25만평에 이를 정도로 크다.

괜히 국가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니다.

시간 여유만 된다면 오후 느지막이 공원 전체를 걸어 다니다가 노을을 맞고 싶다.

왜 그런지는 가보면 안다.

태화강변의 유일한 불편함은 주차하기가 그리 쉽진 않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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